[재단이야기]푸른하늘의 나라에서 숲의 미래를 만나다 - 2025 몽골 유한킴벌리숲 NGO 연합 워크숍

2025-08-26


📸 사진 및 원고작성 : 이한아 사무처장  



지난 6월 30일부터 4박 5일간의 여정으로 몽골 토진나르스 유한킴벌리숲으로 NGO 연합 워크숍을 다녀왔다.
워크숍을 기획, 운영한 평화의숲을 비롯해 생명의숲, 서울그린트러스트 그리고 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우리나라, 유한킴벌리라는 기업이 21년간 지속해온 몽골 산림협력사업의 성과를 확인하고 숲의 미래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숲을 찾아 몽골로

6월 30일, 첫째 날, 몽골 도착

오전 9시 25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몽골 울란바토르의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마주한 건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그 앞 주차장, 공사 중인 듯하지만 완성형인 듯한 이중적인 풍경이었다. 낯설지만 신선한 분위기였다.


곧바로 4박 5일간 동고동락하게 될 노란 미니버스를 타고 다르항(Darkhan)으로 출발했다. 약 6시간의 이동.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저녁을 먹었으니 하루종일 비행기와 버스로 이동의 날이었다.

창밖으로 펼쳐진 광활한 초원, 천천히 걷는 가축들, 손에 닿을 듯한 파란 하늘과 그 아래 둥둥 떠있는 구름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
이동이 길었지만 풍경 덕분에 힘들지 않았다. 다만, 그 감동인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익숙해졌고, 사진을 찍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함께 간 일행 중 한 분이 “처음엔 초원이다, 말이다! 하면서 감탄하지만 곧 익숙해질 거예요” 했는데, 정말 그 말대로였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익숙해지지 않았던 건 하늘이었다. 몽골의 하늘과 구름은 정말이지, 특별히 아름다웠다.



낯선 초원, 끝없는 하늘과 소나무숲, 토진나르스

7월 1일, 둘째 날 – 토진나르스로

이번 답사의 핵심 목적지인 토진나르스(Tujin Nars)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국가 대 국가도 아닌 특정 기업이 사회공헌사업을 20년 넘게 해왔다는 것, 서울숲공원도 20년만에 이름답게 숲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을 보면서 토진나르스 유한킴벌리숲의 21년도 기대가 컸다.


가는 길 Shariin Tsagaan (몽골어: 하얀호수) 염호에 들렀다.
초원 한가운데 물놀이를 하는 말 떼와 귀여운 새끼 말,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에 울려 퍼지는 갈매기 소리는
잠시 바닷가에 온 듯한 착각을 주었다. 하지만 초원은 보기엔 아름다워도, 그 속엔 똥과 동물 사체가 곳곳에 있어 현실감을 불러왔다.
“초원은 멀리서 봤을 때만 예쁘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올해는 몽골에 유난히 비가 적게 와서, 6월 기준 국토의 51%가 가뭄 상태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풍경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다.

▲토진나르스(Tujin Nars) 유한킴벌리숲

드디어 도착한 토진나르스 국립공원은 이름 그대로 ‘끝없는 소나무 숲’이다. 서울시의 약 75% 크기인 45,000헥타르에 달하는 울창한 숲이다.
과거 이곳은 산불과 불법 벌채로 황폐해졌고,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큰 위기를 겪었다.
이에 몽골 정부는 전 세계에 도움을 요청했고, 한국의 유한킴벌리가 손을 내밀었다.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약 1,100만 그루, 3,250헥타르에 조림을 진행했고, 이후 해마다 100헥타르 규모로 숲 가꾸기를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 노력 덕분인지, 지금의 토진나르스는 웅장하고 안정된 숲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산불의 흔적이 나무에 남아있긴 하지만,
사람들의 정성과 꾸준함이 만든 변화는 감동적이었다.
 

생태타워에서 숲을 내려다보며 ‘생명의 힘’, ‘보살핌의 힘’, ‘정성의 힘’이라는 말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한편에서는 향후 숲 관리 방향에 대한 심도 깊은 토의도 이루어졌다.



야생이 살아있는 숲

 7월 2일, 셋째 날 – 야생의 숲

이날은 유한킴벌리가 조성한 한국형 산림 복원 생산시설인 한-몽 산림복원 양묘장을 방문했다.
검은 강아지와 고양이가 반겨준 양묘장과 그 주변 숲은 또 다른 감동이었다.
토진나르스가 잘 관리된 조림 숲이라면, 이곳은 자연 그대로의 야생 숲이었다. 정돈되진 않았지만 나름의 질서와 생명이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손톱보다 작은 소나무부터 거대한 자작나무, 산불을 견딘 나무와 이제 막 싹을 틔운 새싹이 어우러져 자라는 모습은 말 그대로 ‘숲의 다채로운 생명력’ 그 자체였다.


2시간 넘는 산행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곤충과 식물의 다양성 덕분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곤충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나비도, 파리도, 이름 모를 곤충들도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너무 야생이라 사람의 존재에 익숙하지 않은 걸까? 싶다.


양봉장도 있었는데, 꿀벌을 촬영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간 일행과 함께 나도 열심히 수분 매개 곤충들을 다양한 각도로 찍었다.
 언젠가 있을 홍보 콘텐츠에 활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토진나르스 유한킴벌리숲과 한-몽 산림복원 양묘장을 관리하는 직원이 있다고 하는데, 만날 수 없었다.
토진나르스 인근에 산불이 발생했고, 모든 인원이 현장에 출동했다고 했다. 또 다른 위협으로는 러시아에서 유입된 해충이 있었다.
이로 인해 숲 일부가 고사하는 일이 생기고 있어, 단일 수종 식재의 한계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기후위기와 생태보전의 본질을 고민하게 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만난 도시의 공원

7월 3일, 넷째 날 – 돌아가는 길

원래 일정이 있었지만, 밤사이 내린 비로 인해 차량 접근이 어려워져 대체 일정으로 조정되었다.
여러 선택지가 있었으나 첫날 울란바타르의 극심한 교통체증을 경험한 이후라,
모두가 하루 일찍 공항에서 최단거리인 울란바타르로 돌아가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그렇게 다시 6~7시간의 장거리 이동. 울란바타르 시내에는 오후 4시경 도착했고, 2시간 가량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수흐바타르광장, 박물관 등 명소를 뒤로하고 이번 여행을 기획한 분이 추천한 공원으로 향했다.

2024년 7월 개장한 울란바타르공원(Ulaanbaatar Park)으로 국립놀이공원 옆,
원래 어린이공원으로 불리던 10헥타르 규모 녹지를 리오틴토(Rio Tinto) 기업이 재조성해 만든 공간이다.

개장식에는 몽골 대통령이 참석했고, 우수한 녹지공간에 수여하는 그린플래그어워드(Green Flag Award)까지 수상한 의미 있는 장소다.
함께한 통역 친구가 자주 산책하는 곳이라며 동행해줬고, 짧지만 여운 깊은 몽골의 마지막 오후를 공원에서 보내며 정리할 수 있었다.

 


여정을 마치며 ; 숲을 지키는 마음

7월 4일, 다섯째 날 – 귀국

아침 9시 체크아웃. 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며 이번 몽골 답사를 마무리했다.

몽골 워크숍을 정리하다 보니 「정원의 책」 북토크에서 황주영 박사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정원은 정성의 공간이며,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 꾸준히 살펴보고 돌보는 마음을 잃지 않는 일이다.” 
토진나르스는 정원은 아니지만, 산불로 폐허가 된 곳을 다시 숲으로 되살려낸 그 과정은 분명 ‘정성의 힘’으로 이룬 기적이었다.

4박 5일동안 마음속에 초원의 초록빛, 하늘의 푸르름보다 더 깊게 남은 건 그 숲을 가꾼 사람들이었다.
초원을, 숲을,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묵묵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마음이 가장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그 꾸준함이 만들어낸 변화,
그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한 여정이었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