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구]소외된 이들을 위한 힐링 가드닝, <느슨한 가드닝>을 아시나요?

2023-08-24

서울그린트러스트의 <느슨한 가드닝>을 알고 계신가요? 

서울그린트러스트의 대표적인 공원 형평성 프로그램인 <느슨한 가드닝>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힐링 가드닝 프로그램이에요. 약 6개월 간 참가자들과 함께 도시 한 켠에 정원을 만들고 가꾸고, 정원과 관련 된 여러 가지 활동을 경험하며 육체적/정서적/심리적인 치유를 경험하는 시간입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생각하는 사회적 약자는 초록에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을 말해요. 공원도 점점 불평등화 되어가고 있는 팍팍한 도시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녹색 공간과 문화를 누리기 어려운 사람들이 보다 가깝고 풍성하게, 그것들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공원,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 아니다…“사회적 불평등 녹지 불평등으로 이어져” , 한국조경신문, 2021-08-31
코로나19, 녹지공간 이용률 높아져···공간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돼야
, 라펜트 조경뉴스, 2021-09-08   


그런 고민 속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힐링 가드닝, <느슨한 가드닝>이 탄생했습니다.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느슨한 가드닝은 담당자가 아니어도 궁금하고, 보고 듣고 경험하는 이야기들 속에 감동이 느껴지는 활동이에요. 서울그린트러스트 인스타그램에서도 느슨한 가드닝은 좋아요가 가장 많이 눌리는 게시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 어딘가를 뭉클하게 하는 활동인 것 같아요. 

2021년부터 시작해 벌써 3년째를 맞이한 느슨한 가드닝! 어떤 고민과 과정으로 만들어졌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 스토리를 나누어볼게요💚 1기 활동을 중심으로 한 느슨한 가드닝 이야기는 아래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어요!





|  서울그린트러스트 느슨한 가드닝 이야기  |

환자에 가려진 보호자들, 치매환자 부양가족을 만나다


2021년,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에서 '사회적 약자 대상 가드닝 프로그램 운영(연구)사업' 공고를 내었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도 평소 관심가지고 있던 분야라 공모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어요. 아무래도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된 것은 바로 '우리가 만나야 할 사회적 약자는 누구인가?'라는 지점이었습니다. 대상에 따라 방향도 내용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었죠. 당시 2021년은 서울그린트러스트가 서울숲공원을 운영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서울숲 운영팀인 서울숲컨서번시에서는 시니어대상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다보니 사회적 약자를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시니어, 그리고 치매환자까지 연결이 되었어요.  

그러다가 서울숲과 연계활동 중인 성동구 치매안심센터에게 ‘치매환자 부양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병이든 보호자가 많이 힘든 것이 사실이거든요. 환자의 곁을 한시도 떠날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이 때문에 사회적인 활동이 제한되는 것에서 오는 정서적/심리적 고립을 비롯해 각종 스트레스, 건강 악화 등 많은 문제들을 떠 안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치매환자가 증가하며 환자에 대한 지원과 프로그램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부양하는 가족들을 돕기 위한 활동은 미비한 상황이고요! 


치매환자 부양가족, 마음의 병 얻는다, 팍스뉴스, 2023-04-28
치매노인 돌봄 부담에 부양자 4명 중 1명은 실직, 디멘시아뉴스, 2019-11-04
“치매환자 간병 지쳐간다” … 보호자도 보살핌 필요,충청투데이, 2013-09-02



그렇게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치매환자 부양가족을 비롯해, 여러 가지 제약으로 삶에서 녹색 공간과 문화를 누리기 어려운 분들이 잠깐의 시간이라도 식물과 가드닝, 녹색을 접하며 쉼의 시간을 누리실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느슨한 가드닝>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지친 마음과 긴장감을 이완시키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변화하는 것을 목표로, 가치 있는 정원을 만들어가는 정원 디자이너그룹, ‘그람 디자인’과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했어요.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천국 같은 시간, 느슨한 가드닝


2021년, 성동구 치매안심센터의 치매환자 부양가족을 대상으로 첫 번째 <느슨한 가드닝>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숲공원 한 켠에서 건강을 위한 ‘약초정원’을 약 6개월에 걸쳐 천천히, 만들어갔어요. 현장에서 느껴진 생생한 감동을 바탕으로 2022년에는 양천구 치매안심센터, 2023년 현재는 강서구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3년 째, 치매환자 부양가족들과 느슨하게 연결되며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달력에 매주 수요일을 표시해 놓고, 나갈 준비하고 기다렸다가 도와주는 분 오시면 바로 나와요. 시간이 아깝잖아. 얼마나 귀한 시간인데. 여기 와서 너무 행복해. 내 마음이 어떤지는 말로 다 표현 못해요"

- 느슨한 가드닝 1기 참가자 최*숙님 소감 중 -


<느슨한 가드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프로그램의 이름처럼 느슨하게 운영된다는 점이에요! 촘촘하게 짜여진 커리큘럼에 맞춰 진행하기보다, 참여자들의 상태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힘들고 고된 가드닝이기 보다는 정원파티, 꽃꽂이, 식물 스텐실 등의 감성적인 연계 활동을 도입하여 가볍고 즐거운, 더불어 보람이 가득한 치유 활동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또한 일방적으로 수혜를 입는 활동이기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활동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활동 내용 중 상당 부분은 참여자와 현장에서 의논하며 변경하기도 하고요.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물론 ‘가드닝’인 만큼, 내 손으로 직접 정원이라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가꾼다는 즐거움도 크답니다💛

△ 정원 가꾸기

△ 꽃꽂이 하기
△ 새 모이대 만들기
△ 세밀화 그리기
△ 즐거운 정원파티와 사진촬영



느슨한 가든에 모여든 동기들
점점 정이 들어 끝나면 보고파져
어떻게 생각하면 추억으로
아름답게 오래 남으리
이렇게 만난 인연들 소중함을
나이가 들어 더 깊게 느껴져

여기가 좋다
왔다가면 기분 전환이 되고 기다려 진다

오늘 9월 14일 수요일,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 시원하고
꽃도 잎도 춤을 추는 것 같다

- 느슨한 가드닝 2기 참가자 정*자 님의 시 -


처음엔 어색한 듯 쭈뼛거리셨던 분들이, 언젠가부터 카톡방에 먼저 소감을 남기시기도 하고, 저희의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시기도 합니다. 최근 경험한 가장 행복한 날들이라고, 느슨한 가드닝을 하러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매일매일이 너무 좋았다고, 같은 아픔과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너무 좋았다고 말씀하시던 모습도 생각이 나요. 어떤 활동보다도 공간의 변화, 사람의 변화를 뚜렷하게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 함께 운영하여 지원하는 저희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감동과 여운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참가자들이 말하는 느슨한가드닝이 좋은 이유 Top 3 💚 

1위.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의 연대
2위. 가드닝을 통한 행복감
3위. 정신적인 치유와 만족

모두가 누리는 가까운 숲, 풍성한 숲을 위하여


서울그린트러스트는 20주년을 맞아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키워드로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도시숲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누구나 자신의 생활권에서 자연을 가깝게 만나고, 질 높은 녹색공간과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원에 대한 이용이 급증했지만 그와 동시에 질 높은 녹색공간을 누릴 수 있는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어요. 어쩌면 그 이전부터 쌓여 있었던 녹색격차의 문제가 코로나를 기점으로 수면위로 떠오른 것 같기도 합니다.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가까운 숲, 풍성한 숲을 꿈꾸며 서울그린트러스트는<느슨한 가드닝>도 더욱 확장해가고자 합니다. 다음엔 치매환자 부양가족 뿐 아니라 또 다른 녹색 약자를 만나 새로운 느슨한 가드닝을 진행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지치기 쉬운 삶, 느슨한 힐링이 필요한 모두에게 초록빛 위로와 회복을 전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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